2004년 12월 28일
시간에 관한 가장 쉬운 이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이해
1. 시간이라는 것은 ‘시점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時間)’ 혹은 기간(duration)을 의미하는 데, 따라서 그것에는 (잠정적인) 시작과 끝이 있다. 그런데 사이/기간을 이루는 시작과 끝은, 어떤 절대적 시간 자체에 내재하는 절대적 기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운동, 활동에 의해 주어진다. 예를 들어, 1년이란 시간/기간은 자체 내에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현상에 그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시작과 끝이라는 말은 반드시 절대적이고 영원한 시작과 끝을 함축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은 대부분의 경우 리듬, 주기 속에서 도출된다). 따라서 시간이란 그것이 비록 인간인식의 가장 기본적인 범주이지만, 결코 스스로 흐르지 않는다. 만물의 변화가 멈춘다면, 시간은 정지하거나 영원에 도달할 것이다(단 만물의 변화가 멈추지 않아도 시간이 멈추거나 거꾸로 흐를 이론적 가능성도 동시에 있다). 시간이란 인간에게 운동(특히 그 주기)의 특정한 시작과 끝을 포착하게 하는 범주인 것이다.
2. 따라서 시간의 측정, 그리고 그에 따라 생기는 시간의 개념은 측정을 하는 도구/기준이 가진 시작과 끝에 달려 있다. 예를 들면 시계에 의한 시간 측정은 단일하고, 추상적이고 동질적이며 표준화된(uniform, abstract, homogeneous and starndardized) ‘시계-시간(clock-time)’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시계라는 것이 시간을 측정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거나 단 하나의 합리적이거나 정당한 수단은 아닌 것이다. 시계가 등장하기 전에는 자연과 사회적-인간적 활동 자체가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었다. 다시 말해 활동과 측정수단간의 분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차적으로 자연에 기반한 시간측정단위는 음력 달력, 하루의 구획, 농사력 등이 있으며 보다 사회적인 시간측정단위는 그레고리안 달력, 주일 등일 것이다(하지만 자연-사회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할 것). 반면에 시계-시간의 등장으로 활동/운동과 측정수단간의 분리 혹은 소외는 결정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시계-시간은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을 교란하고 왜곡할 수 있다.
3. 전통적인 시간측정 단위들은 시계-시간과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이들은 양적으로 시계와는 다른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전에는 질적인 시간만이 존재했지만 시계의 등장으로 양적 시간 개념이 탄생한 것이라고 섣불리 해석할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시간을 양화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것의 등장에 따라 시간을 양화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이러한 시간측정 단위들 중 많은 수가 시계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물론 전통적 시간체계하에서는 동일한 시간이 시계로 측정될 때는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전근대적 시간의 공통점은 질에 의해 양이 규정된다는 것이었다). 둘째, 이러한 전통적인 시간측정 단위들은 시계를 움직이는 모터의 운동 외에는 자연의 운동과 사회적 활동에 대한 거의 아무런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시계-시간과는 달리 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근대에는 시계-시간을 통해 시간 양화의 방식에 단절이 일어났다. 즉 이전의 양화된 시간과 달리, 근대의 지배적인 양적인 시간으로서의 시계-시간의 특성은 그것이 구체적 운동/활동과 무관(혹은 그것들에 무관심 indifferent)하다는데 있다. 이 추상적인 공허함(abstract emptiness)이 근대의 시간관을 크게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계-시간은 자연의 운동과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4. 그 결과 시계가 이론적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들이 가진 질적인 순환, 리듬, 주기일 것이다. 시계-시간은 내용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 행위(자연의 움직임, 사회적 행위)의 순환, 주기, 리듬을 그 자체로 나타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첫째, 시계-시간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활동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리듬, 순환, 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절대적인 시간의 환상을 강화하고 여러 다양한, 상대적인 시간들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한다). 둘째, 연구자의 학적인 관점에서 시계-시간은 사회변동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연표나 연대기가 사건들의 인과적 관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이미 자명한 것이다. 셋째, 그러므로 시계-시간은 사회현상이 띠는 복합적인 인과성(예를 들면 장기적 원인, 중기적 원인, 단기적 원인의 복합성)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된다.
5. 하지만 보다 중요한 ‘실제적’ 결과는 자연의 운동과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소외된 시계-시간은 바로 그 소외로 인하여 자연과 인간의 운동과 활동을 특정한 방향(주로 억압적인 방향)으로 조직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또 있다. 그것은 시계-시간이 추상적 시간이라고 해서, 그것을 곧 자본주의적 시간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계-시간은 자본축적과 단순화된 노동과정의 리듬마저 배제한, 추상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계-시간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 자본축적의 논리는 자연의 운동과 인간의 활동을 자본축적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고 있으며, 시계는 하나의 유용한 측정수단이 되고 있다.
6. 그러므로 존재하는 자본의 시간은 시계-시간과 독립적으로 추상적인 시간이다. 즉 그것은 양적인 시간이지만 그 자체로 결코 시계-시간일 필요는 없다. 그것을 우리는 일차적으로 화폐-시간, 자본-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질적인 활동 시간은 화폐 축적, 자본 축적 활동의 요구에 의해 분절되고 이해되어진다(여기서 축적시간은 총괄적인 자본순환의 시간 뿐 아니라 단위 상품 생산의 시간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활동은, 시간은 화폐를 통해 그 가치가 매겨진다(‘시간은 돈이다’). 질적으로 다양한 시간이 화폐라는 기준에 의해 똑같이 가치라는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는 동질한 시간으로, 그리고 (시계로 측정된) 양적으로 동일한 활동시간이 그 생산성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가치를 가진 시간으로 간주된다(마찬가지로 다른 시계-시간이 같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양의 화폐-시간 혹은 자본-시간으로 간주된다).
* 엄밀히 말하면 화폐-시간과 자본-시간은 가치와 잉여가치를 구별하듯이 구별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구별을 함에 있어서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으므로 여기까지만.
2. 따라서 시간의 측정, 그리고 그에 따라 생기는 시간의 개념은 측정을 하는 도구/기준이 가진 시작과 끝에 달려 있다. 예를 들면 시계에 의한 시간 측정은 단일하고, 추상적이고 동질적이며 표준화된(uniform, abstract, homogeneous and starndardized) ‘시계-시간(clock-time)’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시계라는 것이 시간을 측정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거나 단 하나의 합리적이거나 정당한 수단은 아닌 것이다. 시계가 등장하기 전에는 자연과 사회적-인간적 활동 자체가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었다. 다시 말해 활동과 측정수단간의 분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차적으로 자연에 기반한 시간측정단위는 음력 달력, 하루의 구획, 농사력 등이 있으며 보다 사회적인 시간측정단위는 그레고리안 달력, 주일 등일 것이다(하지만 자연-사회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할 것). 반면에 시계-시간의 등장으로 활동/운동과 측정수단간의 분리 혹은 소외는 결정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시계-시간은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을 교란하고 왜곡할 수 있다.
3. 전통적인 시간측정 단위들은 시계-시간과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이들은 양적으로 시계와는 다른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전에는 질적인 시간만이 존재했지만 시계의 등장으로 양적 시간 개념이 탄생한 것이라고 섣불리 해석할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시간을 양화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것의 등장에 따라 시간을 양화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이러한 시간측정 단위들 중 많은 수가 시계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물론 전통적 시간체계하에서는 동일한 시간이 시계로 측정될 때는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전근대적 시간의 공통점은 질에 의해 양이 규정된다는 것이었다). 둘째, 이러한 전통적인 시간측정 단위들은 시계를 움직이는 모터의 운동 외에는 자연의 운동과 사회적 활동에 대한 거의 아무런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시계-시간과는 달리 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근대에는 시계-시간을 통해 시간 양화의 방식에 단절이 일어났다. 즉 이전의 양화된 시간과 달리, 근대의 지배적인 양적인 시간으로서의 시계-시간의 특성은 그것이 구체적 운동/활동과 무관(혹은 그것들에 무관심 indifferent)하다는데 있다. 이 추상적인 공허함(abstract emptiness)이 근대의 시간관을 크게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계-시간은 자연의 운동과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4. 그 결과 시계가 이론적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들이 가진 질적인 순환, 리듬, 주기일 것이다. 시계-시간은 내용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 행위(자연의 움직임, 사회적 행위)의 순환, 주기, 리듬을 그 자체로 나타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첫째, 시계-시간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활동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리듬, 순환, 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절대적인 시간의 환상을 강화하고 여러 다양한, 상대적인 시간들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한다). 둘째, 연구자의 학적인 관점에서 시계-시간은 사회변동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연표나 연대기가 사건들의 인과적 관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이미 자명한 것이다. 셋째, 그러므로 시계-시간은 사회현상이 띠는 복합적인 인과성(예를 들면 장기적 원인, 중기적 원인, 단기적 원인의 복합성)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된다.
5. 하지만 보다 중요한 ‘실제적’ 결과는 자연의 운동과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소외된 시계-시간은 바로 그 소외로 인하여 자연과 인간의 운동과 활동을 특정한 방향(주로 억압적인 방향)으로 조직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또 있다. 그것은 시계-시간이 추상적 시간이라고 해서, 그것을 곧 자본주의적 시간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계-시간은 자본축적과 단순화된 노동과정의 리듬마저 배제한, 추상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계-시간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 자본축적의 논리는 자연의 운동과 인간의 활동을 자본축적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고 있으며, 시계는 하나의 유용한 측정수단이 되고 있다.
6. 그러므로 존재하는 자본의 시간은 시계-시간과 독립적으로 추상적인 시간이다. 즉 그것은 양적인 시간이지만 그 자체로 결코 시계-시간일 필요는 없다. 그것을 우리는 일차적으로 화폐-시간, 자본-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질적인 활동 시간은 화폐 축적, 자본 축적 활동의 요구에 의해 분절되고 이해되어진다(여기서 축적시간은 총괄적인 자본순환의 시간 뿐 아니라 단위 상품 생산의 시간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활동은, 시간은 화폐를 통해 그 가치가 매겨진다(‘시간은 돈이다’). 질적으로 다양한 시간이 화폐라는 기준에 의해 똑같이 가치라는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는 동질한 시간으로, 그리고 (시계로 측정된) 양적으로 동일한 활동시간이 그 생산성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가치를 가진 시간으로 간주된다(마찬가지로 다른 시계-시간이 같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양의 화폐-시간 혹은 자본-시간으로 간주된다).
* 엄밀히 말하면 화폐-시간과 자본-시간은 가치와 잉여가치를 구별하듯이 구별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구별을 함에 있어서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으므로 여기까지만.
# by | 2004/12/28 12:01 | 실험실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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