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문학 수업시절 실험실외부



대비해 두었던 뻔한 질문이 나왔다.

"영문과에는 왜 지원하게 되었어요?"
"평소에 문학에 관심도 많고 세계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해를 넓히고 싶어서요."
(어떻게 이렇게 뻔뻔스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_-)

"어떤 작품을 감명 깊게 읽었어요?"

순간 당황, 가까스로 답하길,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좀 더 멋있는 다른 작품을 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어떻든 그렇게 해서 모든 시험이 끝났다. 물론 면접이 점수에 반영이 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학업불능의 사이코는 아니라는 점은 확인시켜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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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과에 지원하면서 제일 망설였던 것은, 혹시 고등학교 때 하던 식으로 지루한 영문독해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였다. 당시 읽었던 대학의 학과를 소개하는 어떤 책에 그런 식으로 써 놓은 것을 읽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1-2학년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1학년 1학기에는 교양영어만 4시간(영문과라고 다른 과보다 1시간 더 추가)이었고, 영문학개론 같은 것은 배우지도 않았는데, 교양영어는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게 소규모의 인원을 데리고 실용회화와 실용작문을 위주로 가르치는 훌륭한 수업이었다. 마치 영어회화학원을 다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입학 전에 잠시 다닌 ELS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과는 2학기 되면 회화 시간이 없어졌지만 영문과라고 특별대우 받아서 계속 같은 식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나는 성문종합영어 한 번 제대로 뗀 적이 없는 내가 영문법을 다른 학생들보다 잘 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뿌듯했던 반면, 형편 없는 회화실력에 정말 어찌할 줄 몰라 하기도 했다(회화실력은 지금도 버벅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영문법은 거의 다 까먹고 순전히 감에 의존하고 있다 -_-;;;;;;).

이런 분위기는 2학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영문학개론>과 <언어학개론> 외에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으니 한국어로 해석할 이유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_- 주로 시와 희곡의 형태적 특징에 관한 내용인 <영문학 형태론>,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기독교적 배경을 배우는 <영문학 배경> 모두 외국인 신부/수사님이 영어로 가르쳤고 시험도 영어로 봤으며, 문학에 관한 영문 에세이를 쓰는 훈련을 시키는 <고급영작문>, <논문작성법>모두 영어로 전체 수업이 진행되었다. 전자의 경우 짧긴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영문학에 관한 에세이 10편 정도를 썼고, 후자의 경우엔 Humanities Index 같은 곳에서 참고문헌 찾는 법 및 참고문헌 및 각주 포맷, 메모 카드작성법부터 해서 논문작성의 전 과정을 배우고 3편 정도의 영어로 된 논문을 쓴 것 같다. 밤새기를 밥 먹듯이 했다. 고등학교 때도 안 하던 짓을 한다고 투덜댔다. 이런 거의 스파르타식 훈련 덕분에 영작문 실력은 무척 많이 늘었고, 나중에는 영작문 선생님께 감사하는 내용의 메일도 보낸 적이 있다.

영어는 많이 배웠으나, 문학적 욕구는 사실 별로 채워준 것 같지 않았다. 유명한 작가들의 단편위주로 진행된 <영문학개론> 솔직히 별로였다. 영어로 강의하는 <영문학 형태론>, <영문학 배경>도 학생들이 영어 강의를 따라갈 수준으로 강의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과의 분위기가 그런 건지, 그저 평이하고 큰 흥미를 유발한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지나고 보니 아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영국에서라면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때 다 뗄만한 내용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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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학년.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에 돌입하는 시기, 어땠을까? 문학을 포기하고 언어학으로 선회한 대부분의 내 친구들과 달리 나는 <언어학 개론>에서 큰 흥미를 못 느끼고 학점도 별 수 없이 받아 그대로 문학 전공을 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난 과의 분위기를 짐작하고 있었으니 대략 포기하고 있었으므로 큰 기대도 안 했고 그 예상은 대강 들어 맞았다.

성적도 그저 그랬다. 4학년 때인가는 언어학을 전공하는 한 친구가 심지어 "남학생이 문학에서 A학점 받는 것 본 적 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거의 동의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아마 나도 문학 과목 중에서는 많아야 2-3과목 밖에 A를 받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다음과 같은 루머까지 돌았겠는가! 남자 같은 이름을 가진 한 여학생이 중간고사 성적이 잘 안 나오자 기말고사 때 이름 옆에 괄호치고 '여자임'이라고 썼더니 성적이 올랐다는 -_-;;; 영문과 여학생들은 학점 잘 따기로 유명해서, 이런 루머도 돌았다.

어떤 교양과정 수업 첫 시간에 경영학과 남학생 一群이 뒷편에 대단히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앞쪽 자리에 같은 과인 듯한 여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더라. 한 명이 물었다.

"쟤들 어느 과냐?"
"영문과라는데?"
"뭐? 이 과목 취소다, 취소!"

A학점은 수강생의 10-20%만 받을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학점에 목 맨 이 남학생들은 모두 수강취소를 하였다는. 하긴 시험기간에 가짜 족보도 돌린다(이건 가짜 족보에 희생당한 친구에게 직접 듣고 확인한 사실)는 동네에 속한 이들이니 놀랄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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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영문과의 문학과목은 그 성격상 대략 외국인 교수들이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 한국인 남자교수가 가르치는 과목과 한국인 여자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으로 나뉠 수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 가톨릭 수도사 교수님들한테 배운 <영문학사>와 <셰익스피어2>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영문학사>는 엄청 많은 강의노트를 나눠줬는데 잘 안 읽었고 <셰익스피어2>는 '햄릿Hamlet'과 '한 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을 읽었는데, 대사를 시적으로 썼기 때문에 정말 해석이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 Shakespeare가 정규교육을 못 받아서 우리보다도 영어를 못했다는, Oxford 출신인 교수님의 약간은 황당한 주장을 그래도 위안으로 삼을 수 밖에. 시험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빈 괄호를 매꾸는 형태였고, 그걸 만점 맞으려면 '햄릿'과 '한여름밤의 꿈'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야 했으나 그럴 만큼 열심이 아니었으므로 적당한 점수를 받고 말았다는 기억이 난다. 사실 중요한 부분의 대사를 외우기도 했지만 전혀 예상 못한 데서 문제가 나왔다. 그런데 Anne Hathaway가 셰익스피어의 부인인가, 아니면 어머니인가. 당시에도 틀렸었는데 지금도 기억이 잘 안 나는군 -_-

오히려 기억이 나는 과목은 문학과목은 아니지만 3학년 1학기 때 엄청 스트레스를 주었던, 그러나 피할 수는 없었던 <고급영어연설연습>이라는 필수과목. 웬만한 친구들은 모두 군대 간 상황에서 이 과목까지 스트레스를 주니 학교 다니는 낙이 없어 휴학을 할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이 과목은 70이 넘은 미국인 신부님이 가르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70년대 노동운동에도 관여했던 분이었다. 참으로 교육에 열심인 분으로 수업 끝나고 내 엉터리 영어 표현을 교정시켜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도대체 일주일에 한번씩, 안되는 영어로 특정 주제에 대해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하라니... 더구나 언제 내 차례가 오는지 알 수도 없으니 매주 월요일부터 긴장인 것이다. 나중에는 출석부상의 번호에 따른 어떤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항상 그 패턴을 지킬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특히 이미 발표를 하지 않았다면 그 수업 전 시간에는 긴장을 잔뜩하고, 준비해 놓은 스크립트를 앉아서 외우고 있을 수 밖에 (누군 좋아하겠냐 마는 외우는 거 정말 싫어한다 -_-). 막판에는 impromptu speech라고 준비도 없이 즉석에서 무작위로 주제를 뽑아주고는 얘길 하라는데, 내가 뽑은 주제는 '교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떠오르는 게 있나? -_- 그래서 '정부가 이래야, 저래야 된다’ 했더니 그 교수님 대뜸 “맨날 정부 탓만 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말해보라”는 것이다. 순간 당황. 정말 서너 마디 밖에 못하고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 내려와야 했다. 대신 '정부 탓만 하지 말 것'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

한국인 교수들의 수업에 대해 말하자면, 남교수들의 수업은 주로 문학에는 별 관심도 없고 단순무식한 공부방식을 선호(?)하며 따라서 단순무식한 평가방식(영어로 된 글 곳곳의 빈 괄호 채우기 시험이나 심지어는 영단어 시험)을 좋아하는 복학생 형님들이 애호했고,

여교수들의 수업은 상대적으로 남자가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안그래도 학과 특성상 남자가 적긴 하다). 남자들은 아마도 진짜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들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여전히 영어로 페이퍼를 써서 내야 한다거나 영어로 연극을 해야 한다거나 등등), 간혹은 따가운 페미니스트적 시선도 견뎌야 했다. 그래도 난 오히려 단순무식한 방식을 못 견뎌했기 때문에 이 분들 수업을 많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건 <빅토리아시대 영국소설> <20세기 미국소설> <현대서양희곡> 등. 모두 다 즐겁게 들었고, 남들은 중고등학교 때도 읽는 Thomas Hardy의 Tess of the D’Urbervilles이나 Charles Dickens의 The Great Expectations, F. Scott Fitzgerald의 The Great Gatsby, Ernest Hemingway의 A Farewell to Arms 등을 나는 여기서 접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Bertolt Brecht를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에 이 수업들에서도 솔직히 뭘 많이 배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긴 이미 철학, 정치학, 사회학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 있었기 때문에, 내 자세부터가 문제가 있었다. 내가 4년 통틀어 들은 아마 152학점 중에서 아마 전공은 딱 정해진 만큼 (아마 52나 57학점?)만 듣고 나머지는 철학(교양과정 철학과목 및 청강까지 합하면 꽤 많이 들었다), 정치학(부전공이었다), 사회학(나중에 제2전공) 및 기타 교양과목으로 채웠던 것이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다뤄지는 이론의 수준이 성에 찰 리가 없었다. 또한 농담 삼아 '영어'영문학과가 아니라 '국어'영문학과를 다닌다고 할 만큼 시험이나 페이퍼 마감에 임박해서는 번역본 의존도가 높았으니 -_-;;;; 3-4학년 들어서는 이렇게 영어 공부를 별로 하지도 않으면서 영어학습 잡지 파는 아저씨한테는 "영문과 다니니 필요 없어요"하고 태연스럽게 거절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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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이 글의 하이라이트는 남자교수들의 수업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하려고 이제까지 구구절절 썼는지 모른다. 수강일람표에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책도 내고 했던 K교수(나중에 조선일보의 이한우 기자가 쓴 <우리의 학맥과 학풍>이라는 책에서 외국학문 오파상의 대표적인 예로 나왔다)가 가르치는 <서양작가론>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세상에! Umberto Eco의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을 강의한다는 것이 아닌가. 오호! 당장 신청하고 학기 시작 전에 학교서점에 영어원서 몇 권이 있길래 그것도 사버렸다.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첫 수업 시간. 에코는커녕 Flaubert로 시작한다. 이게 어인 일이지? 나중에 하려나? 며칠이 지난 후에 어떤 학생이 질문을 하자 이렇게 답하더라

"여러분이 읽기에 너무 어려워서 안 하기로 했습니다."

글쎄.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우리가 읽기에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는지. 그 교수 영어실력 좋은 것은 아는데 아마 다른 실력(?)이 안되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그의 수업방식은 학원에서나 있을 법한 단순한 영어독해시간 이었으니까 대단한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 알 수 없는 미스테리다.

그러니까 그의 강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한 페이지에서 줄거리상 중요한 부분 몇 부분을 읽고는 "쭉쭉 읽으세요 쭉쭉..." 그렇게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를테면 등장인물 중에 Baker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영어 이름 중에는 직업이나 성격에서 나온 이름이 많지요.. 이를테면 팔 힘이 세면 Armstrong." 많기는 많더라. 우리 과 비서department secretary 중의 한 명은 성이 Drinkall이다. 조상 중에 술고래가 있었는지. 그런데 하긴 漢子로 된 성씨들도 대부분은 다 그런 게 아닐까? -_- 어떻든 그러다가 군대계급이 나오면 이번에는 군대계급이 영어로 어떻게 되는지 졸병부터 장군까지 죄다 읊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이 걸려 이를테면 장편소설을 한 권 뗀다. 그리고는 그 장편소설을 다 뗀 날, 남는 시간에 "여러분은 이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 이 소설이 필연성을 강조하는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별 내용도 없는 얘기를 한 30분 얘기하고는 "그럼 다음 시간에는 ....를 준비해 오세요."라고 끝내는 것이다. 시험도 당근 단어시험과, 소설의 줄거리를 묻는 내용이 거의 다고, 문학적 의미를 묻는 문제는 1개 정도 내는데, 문학에 대해서는 공부한 바들이 없으니 성적은 거의 단어시험에서 결판이 난다고 한다.

어떻든 플로베르의 단편을 읽는 중이었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주인공이 사슴모자 중에 母를 활로 쏴 죽이고 사슴 子에게서 저주를 받고 자신의 모친을 죽이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어느 장면인가, 그 교수 왈,

'아 이제 다음 페이지 쯤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게 되겠군요."

그러자, 미리 예습 열심히 해 온 복학생 형님이 이러는 것 아닌가?

"교수님, 여기서 안 죽는데요?"

순간, 당황한 그 교수 -_-;;;;;;;;;;;;;;;;;;;;;;; 물론 그냥 대충 수습하고 넘어갔다. 수업 준비 좀 하고 오실 것이지.

그리고 플로베르가 끝나고 Dostoyevsky의 단편으로 넘어간 첫날이었다. 이상한 러시아 단어가 나왔는데, 교수 왈,

"이런 것은 짐작하는 수 밖에 없어요.... 문맥으로 보니 ‘서류’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내용을 미리 준비해서 사전이라도 찾아보거나 누구에게 물어서 알아오기는 커녕 학생들에게 "짐작"하라니. 좋은 걸 가르쳐주는군 -_-. 그러더니만, 조금 더 읽다 보니 서류라고 해석해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신문 이름'이 아니겠는가”.... 뭐 이러면서 2-3번 계속 그 이상한 러시아 단어의 해석이 바뀌는 것이었다. -_-

그래서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이 과목을 취소했다. 그 다음 번에도 바보 같이 이 교수 수업을 한번 더 신청한 적이 있었지만, 뻔히 알면서도 신청한 내가 바보였다 -_-. 역시 취소했다.

L교수도 대외활동이 많았는데, 주로 국문학 비평계에서 활동했다. 그래도 이 교수의 수업은 내용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난 이 교수의 수업은 취소하지 않았다. 하긴 이것저것 다 취소하다가는 졸업학점을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들었던 과목은 <영문학개론>이었지만, 3-4학년 때 들은 과목은 <낭만주의시대 영문학>과 <현대영미시>. 먼저 <낭만주의시대 영문학>. 정말 해석도 잘 안 되는 영시를 멋드러지게 한국말로 해석하니 존경심도 약간 들었었지만, 사실 영양가는 여전히 없다고 느껴졌다. 아마 F R Leavis도 아니고 T E Hulme 같은 100년 전의 고리타분한 영문학 비평가 얘기만 해서 그랬는지도. 물론 옛날거라서 나쁠 것도 없고, 사실 영문학 비평이라는게 새로운 게 나와 봤자 뭐가 있겠냐 만은 하여튼 내 귀에는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로만 들렸다. 납득이 잘 안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교수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한 2주가 결강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회복되어 돌아왔지만.

드디어 시험철이 되었다. 내 스타일은 집에서 공부하다가 시험 직전에야 시험장에 도착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했고, 시험을 쳤다. 쉽지 않았다. 역시 괄호치기 시험. 예를 들면 "For the poet A, flowers mean ( )." 이런 문제가 나오면 영문도 모르고 노트에 필기한 대로 외워 'truth' 라고 채워 넣어야 하는 시험이다. -_- 몇 문제 되지도 않으니 한 문제 틀리면 큰 점수가 깎이지만 문제가 어려워서 난감한 와중에 조교가 들어 와서 말하길 "12번 문제는 풀지 마세요." ‘와, 모르는 문제인데, 다행이군’하고 엄청 좋아했다. 어떻게 시간이 다되었고 대충 답을 다 쓰고 끝냈다. 그런데, 이런... 누가 "작년 문제 봤니? 작년 문제와 똑같네" 이러는거 아닌가. 경악. 알고 보니 작년과 한 자도 틀리지 않게 같은 문제가 나왔고 12번 문제 결강했던 2주간의 범위에서 나온 것이라서 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험 직전에야 시험장에 도착한 나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고 성적평가는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나중에 나온 그 과목의 성적은 처참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사회학 복수전공하던 시절 <현대영미시> 시험 문제를 그대로 복학한 친구들에게 넘겨주었고, 그들은 그 시험문제 정답을 외워서 그대로 썼다 -_-. 재미있는 건, 내가 친 시험지에 정답이라고 표시된 대로 모두 썼는데도 몇 개가 틀렸다고 채점되어 나오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뭘 가르치는 것인지? -_-a 하지만 이 시험은 족보교환 네트워크에서 제외된 어떤 복학생의 이의제기로 무효가 되고 새로 시험을 쳐야 했다고 들었다. 나도 이의제기라도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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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졸업할 때가 되었다. 졸업논문을 써야 했다. 물론 영어로. 어떻든 그래서 아무리 형식적이기는 했지만 지도교수를 정해야 했다. 물론 여기서 지도교수란 실질적으로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채점하는 사람이다. 나는 F. Scott Fitzgerald의 The Great Gatsby에 대해 쓴 페이퍼를 고쳐서 논문으로 하기로 했으므로 미국문학 전공 교수를 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내가 <20세기미국소설>을 배운 여교수님(이 분은 내게 영작문과 논문작성법도 가르쳐준 분이었는데)은 당시까지는 공식적으로는 영문과 소속이 아니라 교양과정부 소속이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영문과에는 두 명의 미국문학 전공 남자 교수가 있었고, 나는 앞에 말한 포스트모더니즘 오파상, 아마 당시에는 생태주의 오파상으로 변신하고 있었을 K교수에게 갔다. 그 교수 왈,

"제가 이번 학기에 안식년이고 바빠서 학생을 못 받네요. 다른 교수님께 부탁하세요."

그래서 거의 정년퇴직 직전인 다른 교수님께 갔는데,

"내 수업 들어 본 적 있나?"
"아니오"
"그런데 나한테 지도 받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럼 어느 분께 부탁드리면 될까요?"
"L교수에게 부탁하면 될 거네."

L교수란 <낭만주의시대 영문학>과 <현대영미시>를 가르친 바로 그 교수였다. 이 교수마저 거절하면 정말 곤란해지기 때문에 긴장된 마음으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는데, 웬 여학생이랑 얘기를 하고 있다.

"무슨 일이예요?"
"졸업논문 부탁 좀 드리려고"
"아 그래요... 그렇게 해요."

나는 문을 채 반도 못 열었고, 내 이름조차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간단히 얘기를 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도대체 그 여학생하고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었을까? 어쨌든 난 일단 기뻤다! L교수의 너그러운 인격을 칭송하고픈 생각까지 들었다 -_- 이제 과 사무실에 가서 내 이름과 지도교수 이름을 적어야 했다, 이미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름을 적어 놓았는데, 아니, K교수의 이름도 버젓이 지도교수로 곳곳에 써 있는 것 아닌가? 이게 어찌된 일인지? 자세히 살펴보니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앞서 말한 루머도 사실이었을까? 어떻든 당시 나는 졸업생 사은회 준비 모임에는 꼬박꼬박 나가다가 정작 사은회 때는 안 나갔는데, 아마 안 나가도 좋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 교수들 때문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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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지도교수님이 영국 작가 중에서 누굴 좋아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William Blake와 Thomas Hardy라고 답했다. 할말이 있어서 뿌듯했다 ^^V~ 그러고 보니 L교수에 대해서는 필요이상으로 혹평을 한 듯. 이 두 사람의 시는 L교수 수업시간에도 많이 배우지 않았던가.

The Chimney Sweeper

By William Blake

When my mother died I was very young,
And my father sold me while yet my tongue
Could scarcely cry " 'weep! 'weep! 'weep! 'weep!"
So your chimneys I sweep & in soot I sleep.

There's little Tom Dacre, who cried when his head
That curl'd like a lamb's back, was shav'd, so I said,
"Hush, Tom! never mind it, for when your head's bare,
You know that the soot cannot spoil your white hair."

And so he was quiet, & that very night,
As Tom was a-sleeping he had such a night!
That thousands of sweepers, Dick, Joe, Ned, & Jack,
Were all of them lock'd up in coffins of black;

And by came an Angel who had a bright key,
And he open'd the coffins & set them all free;
Then down a green plain, leaping, laughing they run,
And wash in a river and shine in the Sun.

Then naked & white, all their bags left behind,
They rise upon clouds, and sport in the wind.
And the Angel told Tom, if he'd be a good boy,
He'd have God for his father & never want joy.

And so Tom awoke; and we rose in the dark
And got with our bags & our brushes to work.
Tho' the morning was cold, Tom was happy & warm;
So if all do their duty, they need not fear harm.


*


The Man He Killed

By Thomas Hardy

Had he and I but met
By some old ancient inn,
We should have set us down to wet
Right many a nipperkin!

But ranged as infantry,
And staring face to face,
I shot at him as he at me,
And killed him in his place.

I shot him dead because--
Because he was my foe,
Just so: my foe of course he was;
That's clear enough; although

He thought he'd 'list, perhaps,
Off-hand like--just as I--
Was out of work--had sold his traps--
No other reason why.

Yes; quaint and curious war is!
You shoot a fellow down
You'd treat, if met where any bar is,
Or help to half a crown.

나는 이제 영문학으로부터 벗어났으니 이제 영문학을 그냥 즐기면 되는 것. 왜 그걸 진작에 몰랐지? 진지한 작업은 ‘성달’ 혹은 ‘원장’에게 맡기고 ㅋㅋ

덧글

  • pepe 2004/09/04 01:22 # 답글

    며칠전 한국의 금융자본주의에 대해 한참 쓰다가 키조작 잘못으로 망연자실. 블로그에 글 안올린게 일주일이니 거의 기록적. 문득 영문과 다닐 적의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잡설로 적어 봄. 다소 너무 장황하게 많이 적은 건 아닌가 싶긴 하지만.
  • nick 2004/09/05 11:33 # 삭제 답글

    재밌네요:-)
  • RedBlock 2004/09/06 17:17 # 삭제 답글

    '이 정도 기억하는거 보면 잘 다녔네'라고 수민이 말하더군.
  • pepe 2004/09/07 00:31 # 답글

    남들에게도 가끔씩 해주던 얘기들이 많습니다. 반복하면 기억이 더 잘나지요. 그 밖에의 경우에는 고생한 수업들이 기억이 많이 남는 듯합니다. 대부분 다 페이퍼를 써야 했던 수업들이었지요.
  • 안불만 2005/12/09 01:16 # 삭제 답글

    저도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전공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 pepe 2005/12/10 04:08 # 답글

    '전공'이 '재밌었다'기 보다는 '전공 주변에 관한 얘기'가 우연찮게 재미있는 것이겠죠. 어느 전공이든 재밌고 재미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The3rdEye 2005/12/16 12:25 # 답글

    옛날에 살던 얘기는 참 사람마다 같은 듯 달라서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네요.
  • lyh1999 2006/08/16 05:20 # 답글

    공감가는 내용이라 트랙백 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감사 2006/11/01 16:20 # 삭제 답글

    블레이크의 굴뚝청소부라는 시를 방금 읽으며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처음 본 시이고 참 좋군요. (저도 영어 전공인데...-_-)
  • pepe 2006/11/02 22:14 # 답글

    블레이크는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의 한 명입니다. 감명 깊게 읽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다른 시들도 많이 읽어 보시길 ^^
  • 2006/11/04 00: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epe 2006/11/04 11:13 # 답글

    비공개 / 잘 지내시나요? 블레이크의 어디가 좋은지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네요. 아마도 말씀하신대로, 블레이크가 "비판의식을 담은 내용을 순진~하게 표현"해서가 아닐지 :) 그리고, 몇 가지 개인적으로 폐부를 찔렀던 시들이 있습니다.
  • comachi 2006/11/21 13:53 # 삭제 답글

    주형아. 은희누나야. 그냥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egools에 들어와 봤다. 잘 지내고 있지.. 여기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어디에다 쓰는지 모르겠다만, 이곳에 흔적 남기고 가마. 안녕.
  • quicksilve 2008/04/02 13:2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종종 글을 읽곤 하는 사람입니다.
    블로그 읽으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혹시 도움을 주실수 있나 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지금 영어 쓰기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일단 제 기본 배경을 말씀 드리면, 나이는 30대 초반, 한국의 이공대 학부 졸업하고 미국 이공대 대학원에서 지금 2년반째 공부하고 있습니다. 영어쓰기 공부는 이공대 논문을 영어로 쓰는 법 보다는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제대로 글로 표현하는 법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얕은 책 한권을 필사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생각중인 책은 옥스퍼드에서 나온 a very short introduction 중에서 제가 관심 있는 역사쪽 책으로 Stephen Howe의 "Empire"를 필사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이 책이 필사하기에 괜찮은 책일까요? 아니면 필사하기 좋은 책을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그리고 막상 필사를 하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 책을 필사하는 법을 알려주실수 있나요?
    갑자기 이렇게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혹시 메일로 연락을 주시는게 편하시면 ,kihyuk.yee at gmail.com으로 주시겠어요?
  • pepe 2008/04/05 22:46 # 답글

    메일로 보냈습니당 :)
  • 호르 2011/05/31 17:4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호르텐시아입니다. 전에 트위터에 블로그 링크 걸어주신 거 보고 우연히 찾아왔어요 : ) 몰래몰래 읽다가 너무 반가와서 실례인 줄은 알지만 불쑥 댓글 달고 마네요 :$ 영문학!

    저도 학부때 영문학으로 이중전공을 했었거든요. 영어영문학과라 다수의 영어공부(혹은 영어학)파 vs. 소수의 문학매니아- 로 나뉘는데 전 후자였어요^^;;; 필수 빼고 전부 문학 수업만 들었네요. 셰익스피어 수업 때는 희곡 여섯 개에서 아무 부분이나 찍어서 누가 누구에게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써라- 라는 시험 때문에 다들 밤새가며 정신 없었고... 같은 수업에서 연극도 시켰는데, 레어티스를 맡았거든요.-.-;; 근데 여자가 남자 연기 할 게 못되더라구요. 어휴. 머리도 지금처럼 엄청 길어서... 5막 1장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학군단 예도 빌려서 남자 선배들이랑 칼싸움 연습하고;

    영국문학보다는 미국문학이 좀더 취향이었던 것 같아요. : ) 위대한 개츠비 너무 좋았고. WCW의 Red Wheelbarrow 배운 날은 너무 충격 받아 잠도 못 자고.. 공부할 건 정말 많았는데, 매일 노튼을 끼고 살아도 다 못 볼 정도였는데, 고생한다는 생각도 안 들고 그냥 너무 행복했어요 : ) 글 읽으면서 그냥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두근거려요^^
  • pepe 2011/06/01 18:22 #

    안녕하세요. 실례라니요, 천만의 말씀! 덧글이 희귀한 블로그에 덧글 달아주셔서 + 여기서 뵈서 + 영문학 전공이셨다니 반갑습니다 :D

    행복하게 공부하셨었다니 부럽습니다. 셰익스피어 수업에서 연극까지 하셨었군요 ㄷㄷㄷ 그것도 마지막에 햄릿과 칼싸움까지! 멋지십니다 ^^ 그러고 보니 저는 <현대서양희곡> 시간에 한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의 한 장면에서 닳을 대로 닳은, 이름도 없는 목사역을 했었는데 워낙 비중이 없는 역할이라 기억도 잘 안나네요 ㅎㅎ

    돌이켜 보면 당시에 영국은 시, 미국은 소설이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되는 편견을 가지고 미국 시는 단 한편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Red Wheelbarrow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호르 2011/06/02 00:38 # 삭제


    앗, 맡으신 배역의 캐릭터가 궁금하네요^^ 브레히트 작품을 하나도 못읽어 보고 그냥 졸업한 게 늘 마음 한켠에 남아서 아쉬웠어요. 무직(!)이 되어 도서관 대여가 끊기기 전에 찾아서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

    돌이켜보면 영문과 첫번째 수업 첫 시간이 블레이크였어요^^ 2학기부터 시작했으니 전부 노튼 2권부터였거든요. 그때 암것도 모르면서 수업마다 발표하겠다고 손들었다가, 블레이크 발표만 세 번 했던 기억이 나요-_-; 선생님이 Chimney Sweeper를 참 좋아하셔서 직접 낭송해주시기도 했구요. 어쩌다 보니 낭만주의 이전은 하나도 안 듣고 그냥 졸업했네요^^;; 반쪽짜리 영문학이라니 ㅎㅎ

    미국 소설 참 좋죠 : ) 노튼 6판에 있던 영 굿맨 브라운 읽고 반해서 호손 단편은 다 찾아서 읽었었는데, 참 그때처럼 공부했으면 지금쯤 만리장성 쌓았겠네 싶기도 하네요...^^;; 미국 시인들 중에서는 로버트 프로스트랑 에드워드 알링턴 로빈슨을 좋아했어요. 정작 영국 시는 많이 못 읽어본 것 같아서... 좋은 시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 )
  • pepe 2011/06/02 22:39 # 답글

    호르텐시아님 덕택에 브레히트를, 햄릿을, 그리고 이와 관련해 예전에 썼던 페이퍼들도 다시 들춰보게 되네요. 심지어 정확히 무슨 과목 들었었나 확인하러 성적 증명서까지 ㅎㅎ (정말 영문학 전공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몇 과목 안들었다 ㅠㅠ). 원래 영문과 과목이 아닌 신방과 과목인데 영문과 전공과목으로도 인정해 주는 <서양연극사 및 형태론>을 듣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을 다시금 발견 (그러나 <국물 있사옵니다>를 쓰신 전후 최고의 희극작가 이근삼 선생님 강의였기 때문에 아니라도 들었을 겁니다). <억척어멈>에서 제가 맡았던 배역의 정확한 캐릭터는 하도 오래되어서 저도 다시 읽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 궁금하시면 어서 빨리 읽어보시길! :> 아무튼 어떻게 보면 저는 영국이나 미국의 문인들보다 브레히트를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희곡도 시도 모두 좋은데, 희곡은 <서푼짜리 오페라>, <억척어멈과 그녀의 자식들>, <사천의 선인>, <코카서스의 분필원> 등이 특히 좋습니다. 이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저는 <코카서스의 분필원>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교회를 다녔던 터라 블레이크의 Garden of Love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공감이 되더라는. 제도화되고 보수화된 기독교 교회는 때로는 사랑의 종교가 아니라 금지의 종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그 밖에 아마도 영 시인중에서는 몇 안되는 가장 사회비판적이면서도 동시에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시인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문학이론가이자 비평가인 테리 이글턴도 블레이크를 좋아한다죠 (뿌듯 ^^V~)

    그러고 보니 저도 셰익스피어를 제외하면 낭만주의 이전은 안듣고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교수들도 그 이전은 잘 모르지 않을까요 ㅋㅋ 베오울프나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분명 영문학사 시간에 조금 배우기는 했는데 영어가 워낙 어려워서 도저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영굿맨브라운은 영문학 개론 시간에 배웠는데, 웬지 에세이도 썼던 기억이 나지만, 제게 호돈은 여전히 <주홍글씨>도 아닌 <원더북>과 <큰 바위 얼굴>의 저자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 이거군 하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Eyes Wide Shut을 보고나서. 물론 다른 원작이 있는 영화지만, 둘이 너무나 닯았다는 생각에!

    그러고 보니 프로스트가 미국시인이었군요. 그럼 적어도 Road Not Taken은 읽어 본 셈이네요. 수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장영희 선생님께서 읽어준 시 중에 참 좋은 시들이 많았습니다. 위에 Hardy의 The Man He Killed도 그랬고, Frost의 Road Not Taken도 그랬고, Mathew Arnold의 Dover Beach도 그랬고. 그 밖의 다른 시들은 또 떠오르면 :)
  • ㅋㅋ 2015/07/02 02:58 # 삭제 답글

    정말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전 영문학 전공 중인데 오히려 영작문은 야메로 후딱 끝내버리고 수업 들으니 힘드네요. 남자교수님들 정말 공감해욬ㅋㅋㅋ 전 여태까지 학교다니면서 문학수업도 아니고 어학수업도 아닌 영미산문강독이라는 수업이 참 인상 깊었어요. 유명한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고 에세이를 쓰는 수업이었는데 수잔손탁, 제임스볼드윈, 킹스턴, 앨리스워커 다양한 텍스트를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지요!
  • pepe 2015/08/13 15:55 # 답글

    관리도 않고 내버려 둔 블로그에 오랜만의 댓글 감사합니다! 네. 공부는 재미있는 것을 해야합니다! 재미 없으면그 때부턴 공부보다는 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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