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암탉의 우화

옛날 옛날 아무것도 없는 찢어지게 가난한 어느 농가에서 어떻게 운좋게 이웃에게 돈을 빌려서 씨암탉을 몇 마리 샀습니다. 그래봤자 나오는 계란은 몇개 안되어 온 식구가 골고루 나눠 먹지 못했지요. 권위적인 가장인 아버지는 장남이 집안의 대를 잇는다고 특별히 장남에게만 계란을 먹이고 나머지 계란은 모두 시장에 팔아 씨암탉 수를 늘려 갔습니다. 먼저 씨암탉수가 늘어야만 나중에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해서 씨암탉 수가 늘었는데도 아버지는 계란을 팔고 남은 돈을 동생들에게 계속 별로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반면 장남은 닭고기도 먹을 수 있었지요. 항의하는 동생들에게 회초리만 때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동생들도 목소리를 높히게 되었습니다. 어찌 형만 닭고기를 먹을 수가 있냐고, 그래서 이제 숫적으로 우세인 동생들도 씨암탉에서 나오는 계란을 마음껏 먹게 되었고 급기야는 계란만으로는 성에 안차 씨암탉도 몇마리 잡아 먹었습니다. 어차피 늙은 씨암탉이긴 했습니다.


이제 집안의 가장이 된 장남은 동생들도 잘 먹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계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산 씨암탉에게 많은 모이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오골계 같은 새로운 품종도 빚을 내서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이 씨암탉들이 알을 덜 낳기는 커녕 영양과다에 따른 비만으로 쓰러져 죽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오골계 같은 새로운 품종도 길러 본 경험이 없어서 그만 비실비실하게 만들었습니다. 거기다가 몇몇 닭은 병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이 사실을 안 동네 빚장이들이 돈 돌려 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렇게 잘못하면 동네에서 쫓겨날 사태가 생기자, 어머니가 동네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어떤 집에 돈을 빌리러 갔는데, 그 집에서 와서 하는 말이, '닭을 잘못 길렀구먼, 우리가 시키는 대로 안하면 돈을 못빌려 주겠어요'라면서 '이 닭 저 닭 다 병들었으니 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건강한데도 어쩔 수 없이 죽여야 됐고, 나머지 살아 남은 닭들의 일부도 헐값에 팔아야만 했습니다. 돈이 없어 모이도 변변치 못하게 주니 일부 힘센 닭이 모이를 독차지했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린 닭들은 죽고 말았지만 그래도 살아 남은 힘센 암탉들은 알을 잘 낳았습니다. 하지만, 전 식구 생계를 책임지는데는 한계가 있었지요. 더구나 어머니가 진 빚은 엄청나게 불어난 상태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몇몇 부실한 닭을 어머니는 정성스래 길러서 어느 정도 정상으로 되돌렸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막내 동생은 그냥 굶기만 하고 있습니다. 장남은 다른 동생들더러 '너네가 계란 심지어는 씨암탉까지 잡아 먹어 버려서 막내 동생에 주려고 해도 줄게 없다. 좀 작작해라'라고 말하지만 자기도 과거에 혼자만 닭을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고 몰래 계란을 먹은 적도 있고 집안에 곤란을 초래한 것도 본인이라 동생들에게 전혀 권위가 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생들에게 자꾸 그러면 건강한 암탉을 데리고 자기 혼자 분가해서 다른 동네 가서 살겠다고 뻔뻔스럽게 위협만 합니다. 동생들도 먹을 수 있을 때 못 먹으면 다음에 못먹는다는 불안감에 막내를 배려할 생각도 못합니다. 


장남과 동생들 사이에 쌓인 갈등의 골은 너무나 깊어서 화해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식들을 꾸짖거나 화해시켜야 하는 어머니는 그런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옳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하면 가족이 화목해질 수 있을지, 다 함께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만들 능력도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냥 자식들의 의견을 다 들어주면 될 거라고 믿는 것도 같습니다. 자식들을 꾸짖지도 않고 화해시키도 못하니 가정의 화목은 오지 않고 장남은 몰래 계란과 씨암탉을 빼돌리거나 어디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에서 막내 동생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형편이 좀 나아질까 싶어 어머니는 쌀부잣집과 계란과 닭을 서로간에 실비로 교환하기로 약속했는데 알고보니 그쪽에서 이쪽 닭은 살 수 있지만 이쪽에서 그쪽 땅을 살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남이 말을 너무 너무 안듣고 모든 것이 어머니 잘못이라고 윽박지르자 그 충격에 어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장남이 집안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장남은 불만이 가득한 동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매년 계란 생산량이 7퍼센트 늘어나게 하겠다고, 일년에 1인당 계란 400판을 주겠다고, 그 마을에서 7번째로 부자인 집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한 일은 쌀부잣집에서 먹다남은 소뼉다귀를 싼 값에 가져다가 다시 한번 끓여 동생들에게 나눠주고 쌀부잣집과의 약속을 문서화한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늘상 그랬던 것처럼 닭과 계란과 그로부터 나온 수익을 더욱더 많이 챙겨갔습니다. 동생들에게는 잘 살려면 씨암탉은 잡아먹으면 안된다, 다른 집에 팔아야 한다고 하면서 혼자만 계속 모든 것을 챙겨갔습니다. 잠시나마 장남이 바뀌었나 기대를 걸었던 동생들은 이제 장남이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않습니다. 이에 장남과 사이가 좋지 않던 장녀가 나서서 동생들에게 더 많은 노임을 약속했지만 아버지를 똑닮은 그녀는 사실 장남만 생각하지 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동생들은 이제 자신들이 직접 집안살림을 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실험실외부

들어가는  


1 서론 - 위기의 기원 

1. 한국 경제의 회복과 불안 

2.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3. 한국 신자유주의의 지구 정치경제적 기원을 찾아서 


2 신자유주의 이전 - 브레턴우즈 체제, 동아시아 냉전체제 그리고 한국의 권위주의 개발국가 

1. 브레턴우즈 체제 

2.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삼각관계 

3. 한국의 권위주의 개발국가와 산업화 


3 신자유주의 지구 정치경제의 형성과 구조 - 달러-월스트리트 체제와 금융화 

1. 신자유주의 

2.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금융과 생산의 지구화 

3. 달러-월스트리트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축적의 전개 


4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 - 자유화, 지구화 그리고 IMF 위기 

1.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 

2. 지구 정치경제의 변동과 한국 개발국가의 해체 

3. 한국 경제의 지구화와 모순의 심화 

4. 위기관리의 실패와 위기 

5. 한국 경제위기의 지구정치경제학, 1961~1998 


5 한국 신자유주의의 형성(1) - IMF 협상과 지구적 위기관리의 정치경제학 

1. CIA에서 AMF 그리고 IMF까지 

2. IMF 협상과 위기관리의 지구정치경제학 


6 한국 신자유주의의 형성(2) - IMF 구조조정과 전환의 정치경제학 

1. IMF 프로그램의 해부 - IMF, 미국 그리고 한국의 신자유주의 경제관료 

2. 신자유주의적 발전 경로의 형성 

3.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 위기 효과의 재배분과 금융 · 재무적 논리의 학습과 지배 


7 한국 신자유주의의 구조와 전개 - 관료-재벌-초국적 자본의 과두권력과 금융화 

1. 신자유주의적 제도와 행태 변화 

2.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구조 

3. 경제관료-재벌-초국적 자본의 과두권력과 신자유주의적 축적 전략의 전개 

4. 한국의 신자유주의-신자유주의 국가와 축적의 시공간 


8 한국 신자유주의의 귀결 - 자본축적의 재활성화와 사회경제적 양극화 

1.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성과-자본축적의 재활성화 

2.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비용 

3. 신자유주의 사회 


9 결론 - 자원의 권위적 배분과 경제의 실질적 민주화 

1.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2. 경제의 실질적 민주화 - 관료-재벌-초국적 자본의 과두권력을 넘어서 


표와 그림 목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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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국민투표, 신자유주의 지구 정치경제 질서의 붕괴? 실험실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위기관리는 대개 이런 식이다. 문제가 된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가혹한 조건을 부과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그리고 위기의 비용은 그 나라의 (특히 힘없는) 기업, 근로자, 납세자가 진다. 1997년 한국도 사실 그렇게 당했다.가혹한 고금리와 긴축재정,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가산금리. 물론 그렇게 당하는 것을 '위장된 축복'이라고 찬양하는 강만수 같은 이들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규율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게 그리스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려 50퍼센트나 부채탕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정권을 잃을 것을 염려하는 그리스의 집권당은 가혹한 긴축재정을 부과하는 구제금융 수혜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것이다! 국민투표가 이를 부결시키면 긴축재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대신 그리스는 모라토리엄 또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수 밖에 없다(이는 국제적 신용도 추락과 더불어 이후 모든 거래는 현찰거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유로존도 탈퇴할 수 밖에 없지만 대신에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해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부도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구제금융을 받고 유로존에 남아 있는 것이 나을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동안 민의라고는 조금도 묻지 않고 국제적 위기관리를 해온 관행이 드디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신자유주의 지구 정치경제질서의 붕괴를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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